프리미엄 브랜드 아우디의 규모는 역시 남달랐다. 럭셔리 이미지를 내세우는 아우디는 종종 새차 발표회를 위해 건물을 한 채 뚝딱 짖기도 하는데, 이번에는 서울 올림픽공원 내 평화의 광장에 떡하니 건물 한 채를 지었다. 이름하여 ‘A8 파빌리온’. 다이내믹하고 웅장한 외관을 자랑하는 2층 규모의 A8 파빌리온에서는 ‘진보가 낳은 예술’(The Art of Progress)이라는 컨셉트 아래 음악, 음식, 그림 등 다양한 테마의 예술작품을 선보였다. 아우디 코리아의 트레버 힐 사장은 “기술의 진보를 통해 탄생한 또 하나의 예술 작품, 뉴 A8은 8년 만에 풀 체인지돼 새롭게 선보이는 아우디의 차세대 플래그십 모델로 성능, 디자인, 효율, 편안함을 모두 갖춘 최고의 프레스티지 세단”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진보가 낳은 예술품 뉴 A8’을 선보이기 위해 설치된 새차 발표회장 A8 파빌리온에서는 먼저, 입구의 A8 아트 갤러리에 뉴 A8의 영상과 소리를 담은 미디어 작품을 전시했다. 총 3,088개의 스피커로 성덕대왕 신종을 형상화한 한원석 작가의 ‘형연’을 비롯하여 미디어 아티스트 뮌(Mioon)의 ‘전기 인간’(Menschenstrom, Electric Human) 등 국내 신진 예술가들을 대거 기용하여 아우디의 역사와 기술 그리고 문화를 예술과 접목해 엿볼 수 있게 꾸몄다. 또한 미슐랭 3스타에 빛나는 세계적인 셰프 피에르 가니에르(Pierre Gagnaire)가 직접 주방을 운영하며 특별 코스메뉴를 선보이는 음식 아트를, 미국의 유명 아티스트 브라이언 올슨(Brian Olsen)이 음악과 안무, 페인팅이 어우러진 퍼포먼스를 펼치며 마릴린 먼로 초상화와 뉴 A8을 그리는 페인팅 아트를 선보였다.
이처럼 화려한 볼거리, 먹을거리와 함께 A8 발표 행사 자체도 그럴싸했다. 5대의 A8이 좁은 공간에서 음악에 맞춰 서로 엇갈리며 달리는 자동차 퍼포먼스를 펼친 것. 물론 A8의 화려한 LED 라이트를 느낄 수 있도록 조명은 적당히 어두워진 상태였다. 발표회장은 발표회장대로 엄청난 규모를 자랑하면서 군더더기 없이 차에 집중된 새차 등장 퍼포먼스까지 행사장은 풍성한 볼거리로 가득했다. 행사를 마친 뒤 참석자들에게 주어진 선물은 다름 아닌 음악 CD. 아우디 고객들에게 선물한다는 CD에는 아우디의 보스 서라운드 혹은 뱅앤올룹슨 오디오 시스템에서 들으면 황홀할 만한 곡들로 채워져 있었다. 과연 센스 있는 선물이라는 생각도 잠시, ‘그런데 이 음악을 제대로 들을 수 있는 아우디가 없는데……’ 하는 생각을 가진 사람은 비단 기자뿐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i플러그 새차 발표회
“차는 겉모습만 찍어주세요”
마치 현대/기아차의 새차 발표회를 보는 듯했다. 현대 에쿠스 등 비중이 큰 국산차(혹은 수입차)들이 애용하는 서울 그랜드하얏트 호텔 그랜드볼룸에서 굉장한 규모로 열렸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이 전기차를 발표하는 것치고는 기대 이상으로, 행사장에는 진행을 맡은 김범수 아나운서를 비롯해 강운태 광주광역시장, 김동철 국회의원과 지식경제부 및 국토해양부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했다. 이 같은 분위기도 현대/기아차의 새차 발표회를 쏙 빼닮았다. 그렇다. 이날 발표한 전기차 i플러그가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으로 개발된 국책 프로젝트의 결과물이기 때문. 지원된 국비만 160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이후 포토타임에서는 i플러그에 플래시 세례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때 발표회 관계자가 당부한 말은 “내부는 촬영하지 말아주세요”. 응? 새차 발표회에서 새차의 실내 촬영을 자제해 달라는 말은 생전 처음이었다.
아직 내부가 덜 꾸며졌나? 그렇다면 새차 발표회는 뭐지? 이유는 알 길 없으나 발표회만큼은 거대 메이커 뺨치는 수준이었다.